면접 보러 가는 길에 채용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으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그 황당함을 겪어본 적은 없지만, 자영업을 하면서 사람을 뽑고 내보내는 일을 겪어보니 그 심정이 조금은 짐작이 간다. 채용 불공정 신고가 많아졌는데도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기사를 읽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 기사에는 신고 건수는 매년 늘어나는데 실제로 시정 조치나 과태료로 이어지는 비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숫자만 보면 제도가 돌아가는 것 같지만, 그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의 허탈감은 어디에도 집계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용 불공정이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구직자와 회사 사이의 약속이 한쪽 마음대로 깨지는 상황이다. 면접을 보러 가는 길에 갑자기 취소된다든가, 합격 통보를 받고 입사를 준비하는데 연락이 끊긴다든가, 채용 공고에 적힌 조건과 실제 근무 조건이 전혀 다른 경우도 여기에 들어간다. 어렵게 서류를 준비하고 옷을 갖춰 입고 먼 길을 달려간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허탈할 뿐이다. 특히 신입 구직자일수록 이 경험을 ‘내가 부족해서’라고 받아들이기 쉽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는 회사의 사정이나 절차상의 문제인데도, 그 책임이 고스란히 지원자 쪽으로 넘어가 버린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채용 불공정은 단순히 ‘연락이 끊겼다’는 수준의 무례함과는 다르다. 공고에 명시한 임금, 근로시간, 계약 기간을 실제와 다르게 제시했다면 이는 명백한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하고,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다루는 영역이 된다. 서류나 면접 비용을 구직자에게 전가하거나, 채용을 빌미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요구하거나, 특정 성별·연령을 이유로 사실상 배제하는 것도 모두 여기에 걸린다. 문제는 이런 기준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서, 당하는 쪽이 당하고도 그게 위법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내가 아는 후배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최종 면접까지 보고 합격 연락을 기다리던 중에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내용이 ‘예산 문제로 채용을 보류한다’는 통보였다. 그 후배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다른 곳에 지원하는 것도 망설였다고 한다. 그런 경험 한 번이 사람의 자신감을 얼마나 깎아놓는지 모른다. 그 후배는 한참 뒤에야 다른 회사에 붙었는데, 면접 자리에서 ‘혹시 이번에도 취소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채용 취소 하나가 남기는 상처는 그 자리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 지원의 용기까지 갉아먹는다.
신고를 해도 처벌이 약하다는 점이 문제다. 구직자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신고를 해도 회사 쪽에 실질적인 제재가 거의 없다 보니, 같은 일이 반복되어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다루는 제도는 있지만,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가 드물고 처벌 수위도 낮아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이런 구조에서는 피해를 본 사람이 직접 나서기 어렵고, 결국 대부분은 그냥 넘어가게 된다. 신고를 하려면 증빙 자료를 모으고, 진술을 준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와의 관계가 틀어질 각오도 해야 한다.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구직자는 많지 않다. 결국 ‘신고해 봤자’라는 체념이 제도를 무력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이 지점에서 자영업자로서의 경험이 겹쳐 온다. 나도 사람을 뽑을 때 면접을 잡아놓고 사정이 생겨 일정을 바꾼 적이 있다. 그때 지원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 다시 일정을 잡을 수 있는지 물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한 통의 전화를 걸고 안 걸고의 차이는 크다. 상대는 그 시간을 비워두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채용을 ‘회사가 베푸는 일’로 생각하면 이런 배려가 사라진다. 반대로 ‘내가 이 사람의 시간을 빌리는 일’로 생각하면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게 된다.
주의할 점이 있다. 채용 불공정을 당했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회사에 항의하거나 SNS에 무턱대고 올리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증거를 남기고, 회사가 어떤 절차를 어겼는지 차분히 정리하는 게 먼저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노동 관련 상담 기관이나 고용노동부 신고 채널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이 낫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관련 절차가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인 판단이 필요한데, 그런 때는 마약전문변호사 같은 곳에서 전문 자문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어떤 경로로 도움을 받든, 감정적인 대응보다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일이 먼저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채용 불공정은 구직자 개인의 문제로만 남지 않는다. 회사 입장에서도 한 번의 취소 통보가 쌓이면 그 회사 이름이 구직자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회자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요즘은 지원자들이 기업 리뷰나 채용 후기를 공유하는 곳이 많아서, 절차를 함부로 다루는 회사는 다음 채용에서도 좋은 인재를 만나기 어려워진다. 결국 신뢰는 한 번 깨지면 회복하는 데 몇 배의 시간이 든다는 평범한 진리가 채용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결국 채용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에서 시작된다. 회사가 구직자의 시간을 함부로 대하면 그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다. 나도 사람을 뽑을 때면 ‘이 사람의 하루를 내가 빌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려고 한다. 그 작은 배려가 쌓여야 채용 시장 전체가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요즘 자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