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사회면은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데, 요즘 들어 부쩍 안타까운 소식이 많아졌다. 근래 본 기사 중 하나는 80대 노모를 멱살 잡고 폭행한 50대 아들의 이야기였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잔소리하고 술값을 안 준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때렸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문득 우리 사회의 가족 관계와 노인 복지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생각하게 됐다.

사실 이런 사건은 단순한 폭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엔 구조적인 문제가 깔려 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부양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사회 안전망은 턱없이 부족하다. 경제적 어려움, 돌봄 스트레스, 정신 건강 문제가 맞물리면서 가정 내 폭력 사건이 늘어나는 추세다.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도 결국은 사회의 실패한 시스템 탓에 비극을 맞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여러 가족 갈등 사례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대부분 경제적 압박이 크고, 외부 도움을 요청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이다. 주변에 상담소나 지원 기관이 있어도 정보 부족으로 이용하지 못하거나, 이용해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가족 간의 문제는 ‘집안 일’로 치부되기 쉬워 주변에서도 선뜻 개입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폭력이 발생하면, 형사 처벌만으로는 근본 해결이 어렵다. 형사사건의 종류를 살펴보면 단순 폭행부터 상해, 존속폭행 등 다양한 법적 조치가 가능하지만, 법적 절차만으로 가족 관계 회복이나 재발 방지를 담보할 수는 없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런 사건을 단순히 ‘막장 드라마’처럼 소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각 사례 뒤에는 우리가 직시해야 할 사회적 과제가 숨겨져 있다. 첫째, 노인 학대 예방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둘째, 가족 돌봄자를 위한 심리 상담과 휴식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셋째, 가정 폭력 피해자가 신속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같은 기관을 통해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주변의 위기 징후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다. 이웃집에서 다툼 소리가 자주 들리거나, 노인이 홀로 방치된 정황이 보이면 신고나 상담을 권유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질 때, 이런 안타까운 사건이 줄어들 수 있다고 믿는다.
한편, 이런 사건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내 주변의 가족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그분의 친정어머니는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면서도 혼자 사시는데, 자녀들이 각자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어머니는 가스레인지를 켜 놓고 잊어버려 화재 위험까지 겪었고, 그제야 가족들이 모여 요양 시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가 비단 그분 댁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20%를 넘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자녀와의 연락이 끊기거나 매우 드물다고 한다. 노인 부양은 더 이상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과제임을 실감한다.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가정 폭력의 배경에는 정신 건강 문제가 큰 축을 차지한다. 가해자의 경우 우울증, 알코올 중독, 충동 조절 장애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2022년 노인 학대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학대 행위자의 30% 이상이 알코올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20% 정도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지역 사회 정신 건강 서비스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신 건강 상담을 받으려면 대기 시간이 길거나, 비용 부담이 크거나, 낙인을 두려워해 접근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악화되어 폭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한, 노인 학대는 신체적 폭행뿐 아니라 경제적 학대, 정서적 학대, 방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자녀가 노모의 연금 통장을 관리하며 용돈만 쥐어주는 경우, 이 역시 경제적 학대에 해당한다. 또는 노인을 집에 가둬 놓고 외출을 못 하게 하는 행위는 정서적 학대이자 감금이다. 이런 다양한 학대 유형을 인지하지 못해 피해자가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노인학대 신고의무자 교육 자료에 따르면, 의료인이나 사회복지사 등 신고 의무자조차 학대 징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상당하다고 한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도 기본적인 학대 징후를 알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해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일본의 경우 ‘개호보험’ 제도를 통해 노인 돌봄을 사회화하는 데 성공한 측면이 있다. 가족 돌봄자에게는 ‘개호 휴가’ 제도를 도입해 일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각 지역에 ‘포괄 지원 센터’를 설치해 노인과 가족이 상담과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게 했다. 한국도 2025년부터 ‘커뮤니티 케어’ 정책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라 실효성이 의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노인 학대 예방 종합 대책’에는 상담소 확충과 신고 체계 강화가 포함되어 있지만,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호에 그칠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주변의 위기 징후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다. 이웃집에서 다툼 소리가 자주 들리거나, 노인이 홀로 방치된 정황이 보이면 신고나 상담을 권유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질 때, 이런 안타까운 사건이 줄어들 수 있다고 믿는다.